회고

약 2개월차 스타트업 신입의 회고 - 면접편

이전 글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는 작년 12월 20일부터 스타트업에 다니게 되었다. 생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이번 글에는 필자가 약 2개월간 동안 겪었던 신입으로써의 경험담과 회고를 풀어내고자 한다.

면접 이전

면접 이전 시점으로 되돌아가보자면, 필자는 사회복무요원 복무의 막바지였다. 남아있던 연차를 몰아서 쓰던 중, 로켓펀치(채용 사이트)에 서 메시지가 왔다. 그 곳에는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올릴 수 있는데, 해당 이력서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필자는 복무가 끝나면 취업하는 것이 플랜 A였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1차 면접

보통 면접과는 다르게 1차 면접은 임원 면접(형식의 인사 담당자님과 1대 1 면접), 2차 면접은 기술 면접으로 보았다.

1차 면접은 건대 근처 카페에서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스타트업이어서 그런지 인사 담당자님이 디자이너, 기획자도 겸하고 있었는데, 만들고자 하는 앱의 계획과 디자인, 회사의 비전 등에 대해 알려주셨다. 오히려 필자가 면접자가 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인사 담당자님은 필자의 Notion으로 올린 이력서와 기술 블로그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셨다. 사실 기술 블로그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Notion 이력서는 약간 의외였다. 기본 이력서 만으로는 뭔가 밋밋해보여서 원래부터 써왔던 Notion을 이용해 좀 더 인상을 주려던 것이 꽤 좋은 결과를 낳았다. 입사 후에 알게 되었지만 회사 내에서 Notion을 꽤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질문이 있었다.

혹시 개발자로써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사실 이정도는 면접할 때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답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Go언어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면접 중에도 Go언어를 좋아한다는 점을 꽤 언급했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님도 해당 대답에 납득을 하셨다. 하지만 다음 질문은 필자의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혹시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예를 들어서, 만약 늙어서 죽게 된다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남고 싶나요?

결국 그 날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도, 인사 담당자님 역시 여기에 대한 답을 이번 자리에서 놓지 않아도 되고 다음 2차 면접 때까지만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약간의 과제를 남긴 채 1차 면접이 끝났다.

필자는 1차 면접에서는 딱히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1주도 지나지 않아 2차 면접에 대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

2차 면접은 오피스텔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에서는 당연한 건데, 흔히 떠올리는 사무실이 아니어서 당황했다.(심지어 잘못 찾아온건가 싶어서 문 앞에 5분 동안 있었다.)

면접은 3대 1로 진행이 되었다. 그 중에 인사 담당자님도 계셨다.

우선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제가 쓰고 있는 Go언어가 사실 국내에서(어찌보면 해외에서도) 주류 기술은 아닙니다. 저는 해당 기술로 어떻게든 성공해서 다른 비주류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등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름 만족한 듯한 반응이었다.

면접은 위에서 언급했듯 기술 면접으로 진행되었는데, 우선 이력서를 토대로 약간의 검증을 했다. 주니어여서 그런지 기술적인 부분을 그렇게 여쭤보진 않았던 것 같다.

기술 면접에서 필자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깃허브였다. 깃허브에 프로젝트를 올리고 꾸준히 커밋한 것 자체는 어느 정도 반응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상을 준 것은 깃허브 커밋 메시지였다. 개발팀장님의 말씀으로는 커밋 메시지가 어떻게 보면 소홀할 만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그 자체로도 중요할 뿐더러 꼼꼼함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외에는 그냥저냥 괜찮게 흘러갔던 것 같다. 다만, 거의 끝무렵 필자를 당황케한 개발팀장님의 질문이 있었다.

혹시 SQL은 써보셨나요? 학교에서 데이터베이스 수업은 들었나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백엔드 개발자로 들어간거라 SQL은 어느 정도 쓸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필자는 SQL을 기본 문법 밖에 모른다. 사실 여태껏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MongoDB를 썼기 때문에 SQL의 필요성을 못느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질문 역시 당황스러웠다.

그렇다면 리액트는 써보시거나 공부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백엔드로 지원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사실 프론트엔드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리액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공부할 의향은 있다고 했다. 재미있게도, 필자는 받았던 질문 중 제일 자신없이 대답했지만, 결국 해당 대답이 필자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면접을 1시간 정도 했던 것 같았지만 마지막 10분 동안은 숨이 막혔다. 왠지 합격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1주 후, 저녁에 친구와 한창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 스마트폰을 보니 사무실로부터의 부재중 통화 기록이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인사 담당자님은 면접 합격 소식과 사전 미팅 일정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렇게 취업에 성공했다.